[기획연재] 성경에 한걸음 가까이(3) – 성경연구의 관찰
by 서영란/성경연구학교 (School of Biblical Studies)
‘연구’라는 단어를 들을 때, 뭔가 두꺼운 책들에 파묻혀 있는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하려고 하는 ‘성경 연구’라는 표현 역시도, 시작하기 전부터 어려울 거라고 주춤하게 한다. 그러나 두꺼운 사전이나 참고자료에 파묻힐 필요 없다. 성경 한 권만 보면 된다. 때로는 빠른 결론을 위해 성경보다, 다른 사람의 연구 결과인 참고도서를 더 많이 읽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것은 성경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열심히 보아야 하는 것은 참고도서가 아니라 성경이다. 성경만 열심히 보아도 성경 안에 충분한 정보들이 있다.
본문을 잘 살펴보는 과정이 관찰이다. 관찰은 ‘본문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단계이다. 관찰의 단계는 성경을 ‘보고 보고 또 보는 것’이다. 전체 문맥 가운데 보고자 하는 본문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과정이다. 성경 관찰이라 하여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뭔가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단순한 탐구심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사람은 모두 기본적으로 탐구심을 가지고 있다. 탐구심이라 함은 무엇에 파고들어 깊이 연구하려는 마음을 뜻한다. 지난번에 함께 살펴본 것처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성경을 읽다 보면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구절들이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사람을 언급하는데 유독 어느 본문에서만 그 사람에 대한 소개를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 눈에 띄는 경우가 있다. 더 나아가 ‘이건 무슨 의미일까?’ 하는 호기심들이 생긴다. 이때를 지나치지 말고 호기심을 탐구심으로 키워내면 된다. 그 호기심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성경 연구이다.
성경을 가지고 예를 들어보자. 여호수아 14장은 가나안에 들어간 이스라엘 민족이 땅을 분배받는 과정이다. 그중의 6-15절은 갈렙의 이야기이다. 갈렙이 모세에게 약속받았던 헤브론 땅을 달라고 여호수아에게 요구하는 장면이다. 85세의 나이임에도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라고 말하며 약속의 땅을 얻은 사건으로 유명하다. 잘 아는 내용의 본문이지만, 본문을 관찰하면서 두 가지의 궁금한 것이 있었다. 하나는 갈렙을 ‘그니스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갈렙이 구한 땅인 ‘헤브론’이 어떤 땅인가 하는 것이다.
먼저, 여호수아서 전체에서 갈렙을 언급한 구절은 열 개의 구절이다. 그런데 14장의 오늘 본문에만 갈렙을 ‘그니스 사람’이라고 두 번이나 소개한다. 14장 본문에서 의도적으로 그니스 사람인 갈렙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경 어플 등을 이용해 ‘그니스’를 검색해보면, 창세기에 언급된 가나안의 족속 중 하나가 그니스이다. 예로부터 이스라엘 민족 안에는 유대인의 믿음을 따르고자 선택해서 들어온 잡족(타민족)들이 있었다. 갈렙은 가나안 정탐 여행에도 유다 지파를 대표하는 인물로 포함되었던 사람이다. 그렇지만 여호수아 14장의 본문을 볼 때, 갈렙은 이스라엘 민족에 흡수된 가나안 족속일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의 궁금증인 헤브론은 어떤 땅이었는가? 역시 여호수아서 이전의 성경에 나타난 사건들을 통해 헤브론 땅이 어떤 역사적 의미가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창세기를 보면 아브라함을 비롯한 믿음의 조상들이 묻힌 무덤이 있는 곳이 헤브론 땅이다. 아브라함과 사라, 이삭과 리브가, 야곱과 레아가 이 땅에 묻혔다. 이들은 하나님과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를 시작했던 믿음의 조상들이다.
여호수아 14장 6-15절 가운데 발견한, 궁금증 두 가지를 성경의 다른 본문을 통해 해결했다. 이 두 가지를 찾아보기 전까지는 약속의 땅을 얻기 위한 갈렙의 용맹함이 강조된 본문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갈렙이 노인의 나이에도 그토록 헤브론 땅을 구했던 것은 믿음의 뿌리를 취하고자 하는 의지였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성경에서는 그다지 언급하지 않는 갈렙의 출신을 강조하는 것을 통해서 더 분명해진다. 잡족 출신이었던 갈렙이 간절히 얻고 싶었던 것은 믿음의 유산인 것이다. 이처럼 본문을 읽다가 궁금해진 몇 가지의 호기심만 해결해도 본문이 더 깊게 이해된다.
성경 시대 사람들은 그니스나 헤브론에 대해 따로 설명 들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본문 안에 자세한 설명이 없이 지나가는 것들이 많다. 설명이 없어서 지나치기 쉽지만, 궁금해졌다면 찾아보면 된다. 역사를 알아야 하는 내용이나 관용적 표현, 혹은 해석의 과정으로 들어가면 사전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나 관찰 단계에서 일어나는 웬만한 호기심은 성경 안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그냥 지나치지만 않으면 된다.
큰 결과를 얻는 것이 연구가 아니다. 우리는 누구에게 보여야 할 논문을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히 오늘 읽고 있는 본문을 잘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다. 우리 안에 일어나는 호기심을 흘려보내지 말고 탐구심으로 키워보자. 성경 어플에서 단어 검색만 해 봐도 성경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이 훨씬 넓어질 것이다. 방법을 아는 것보다 시도하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 이제 성경을 펼쳐서 관찰해보자.
다음은 성경 해석에 대해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