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성경에 한걸음 가까이 (2)-읽기, 말씀연구의 시작
by 서영란/ School of Biblical Studies
(Change Maker는 지난 12월호부터 귀납적 성경연구법을 기초로 한 개인을 위한 “성경연구방법론”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성경과 친근했고 성경을 읽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게 느끼고 있는 분들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성경을 공부할 수 있을지 그 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귀납적 성경연구법은 SBS (School of Biblical Studies)에서 사용하는 연구방법으로 성경의 본래 의미를 이해하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성경을 입체적이면서도 하나로 보도록 도와주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표현의 성경 구절이 있다. 이 말씀은 레위기(24:20)와 신명기(19:21)에 나오는 표현이다. 미디어를 보면, ‘성경에도 나와 있다’며 ‘복수하라’고, ‘복수해도 된다’고 말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과연 그럴까?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복수를 권장하시는 분일까?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오른편 뺨을 맞으면 왼편도 돌려대라’고 가르치는 분이 우리가 믿는 예수님이시고 하나님이시지 않는가? 그럼 뭐가 잘못되었던 것일까?
이는 필요한 구절만 골라서 보기 때문에 오해가 생기는 것이다. 레위기에서도 신명기에서도 이 말씀 앞에 한두 구절만 더 읽어봐도 가해자를 향한 표현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피해자에게 받은 만큼 복수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피해를 주게 되었을 때, 피해를 준 만큼 갚아주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 하나님은 복수를 권장하시는 분이 아니다. 믿지 않는 자들이 성경에서도 말하고 있다고 인용하며 복수를 권장할 때, 우리는 성경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고, 하나님은 그런 분이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성경은 읽기만 잘해도 새로운 것이 보인다.
다시 말하자면 잘 읽어야 한다. 사람은 익숙한 대로 읽으려는 습성이 있다. 종종 묵상을 하다 보면 ‘이런 말씀이 있었나?’ 하는 표현들이 발견된다. 익숙한 대로 읽었기 때문에 그전에는 보이지 않았다. 하던 방법 그대로 성경을 읽는다면 말씀에 대한 오해가 있어도 그 오해를 바로잡기가 어렵다. 그래서 잘 읽어야 한다.
성경을 잘 읽으려면 먼저는 전체 문맥을 이해하며 읽는 것이 중요하다.
전체 흐름을 이해하면서 읽고 있는 구절을 보아야 한다. 그러려면 한 번쯤은 시간을 내어 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창세기나 예레미야 같이 긴 책을 한 번에 읽으려면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는 것은 그 책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유익이 있다.
성경을 읽다 보면 읽는 내용과 상관없이 우리의 생각이 멀리 달아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집중하려고 하지만, 오랜 시간 집중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집중해서 성경을 읽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직접 소리 내 읽는 것이다. 소리를 내어서 읽는 것은 한번을 읽으며 동시에 여러 번 읽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즉, 한 번에 눈으로 읽고, 자신의 입으로 읽고, 그 소리를 귀로 들으며 읽는 것이다. 소리를 내어 읽는 것의 또 다른 유익은 익숙한 대로 읽으면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성경을 잘 읽는데 좋은 방법은 색칠해 놓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성경에 색을 칠한다거나 하는 것은 레마가 되는 구절에 밑줄을 긋는 정도이다. 그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하나님, 인물, 장소, 시간, 반복 단어 등으로 주제를 정하고 주제마다 색을 구별해서 색칠하는 것이다. 이것 역시 시간이 투자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주제별로 색을 구분해서 칠해 놓으면 성경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많아진다.
예를 들어 열왕기의 경우에 북이스라엘 왕의 이름과 남유다의 왕들이 엇갈려 나열되고 있다. 통독하다 보면 누구 얘기를 읽고 있는지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때에도 의도적으로 남유다의 왕과 북이스라엘의 왕의 이름을 구별해서 색칠해 놓으면 언뜻 보아도 어느 왕국의 왕인지 파악하기 쉬워진다.
색칠하며 성경을 읽는 것은 성품 연구나 주제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지혜’라는 단어는 성경 전체에 많이 나오는 단어이다. 그러나 모든 성경에서 지혜를 똑같이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어떤 책에서는 지혜를 ‘하나님 경외함’으로 설명하지만, 어떤 성경에서는 ‘삶으로 증명해내는 것’을 지혜라고 말하기도 한다. 반복되는 단어에 색을 지정해서 색칠해 두고 그 단어들이 나오는 구절을 모아보면 각각의 성경에서 어떻게 그 단어를 설명하는지 찾아낼 수 있다.
귀납적인 방법으로 성경을 보는 것에는 많은 시간이 투자돼야 한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매번 하던 대로 창세기부터 도전해보겠다고 달려들면 한번 읽다가 지쳐버리기 쉽다. 성경 안에는 한 장짜리 짧은 책부터 다양한 분량의 책이 있다. 짧은 책부터 도전해보기를 추천한다. 확언컨대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성경 안에 수많은 보화가 발견될 것이다.
*다음 호에는 [본문 관찰]에 대한 내용이 이어집니다.